7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나의 20대 모든 생활이 녹아있는 회사.
대학도 대외활동도 모두 이 회사 근무하면서 했다.
내 20대 인생 자체였던 회사였다.
처음 입사할 때는 사실 적성보다도 대기업이니까 라는 단순한 이유로 들어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 처음들어간 팀에서의 업무도 사람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팀에서 5년을 일했는데, 이 팀에서는 단 한번도 아침에 눈을 뜨면
"아... 회사 가기 싫다."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아 회식하고나서 숙취가 엄청 심했던 날 빼고)
오히려 회사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업무가 있는 날엔 흥분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졌었다.
그만큼 만족하며 내 진로도 이 회사 이 팀내에서 성장하는 내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찾아온 정규직 전환 면접.
이 회사는 처음에 이 회사 소속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 파견나와 업무를 지원하는 형태로 들어가서
2년을 좋은 고과로 다니면 이 회사와 직접 계약할 수 있는 계약직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또 2년. 인사고과를 잘 받고 인적성과 토익을 따놓고 정규직 전환 면접에 패스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정규직 전환까지 잘 되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의 기쁨도 잠시.
회사에서 나에게 정규직 전환과 동시에 팀이동 발령을 냈다.
새로 이동된 팀은 이 회사 그룹 자체에서 핵심 사업으로 생각하는 O4O사업을 운영하는 팀이었다.
원래 하던 업무와 많이 다르긴하지만 내 커리어에 많이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열심히....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과는 다르게 외부 상황이 계속 나빠졌다.
우리 회사는 근본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애매해서 항상 "너네는 일본회사냐 한국회사냐"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던 중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회사는 타격을 받았다.
또한 우리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형프로젝트인 온라인 통합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시원~하게 망했다.
친구에게 들었는데 걔네 회사 신입사원 교육을 할 때
온라인 통합의 대표적인 망한 사례로 우리회사를 언급한다고 할 정도.
거기에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터졌다. 사실 온라인 사업을 하는 우리 회사는 코로나는 곧 기회의 장이었으나,
온라인 통합을 한다고 시스템이 바뀌었는데
이게 코로나 때 정상화가 빠르게 되지 않아 우리는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
더욱이 우리팀에서 진행하는 O4O사업은 코로나로 오프라인 활동이 멈추게 되면 진행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점점 회사내에서 우리팀의 입지도 줄어들게 되었다.
외부 상황이 나빠지니 회사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같이 나빠졌다.
분명 기업문화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갈수록 퇴보했다.
실적의 압박 때문이었을까 점점 위에서의 갈굼이 심화되었다.
그래서일까 처음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아.... 회사 진짜 가기싫다."생각하게 되었다.
하기싫으니까 점점 회사다니는게 재미가 없어졌다.
그렇게 나는 29살이 되었다.
미래가 무서웠다. 이제 내년이면 30이 되는데, 이 흐름이 30대에서도 계속 이어지면
내 인생은 정말 노잼인생이 될거라 생각되는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인생에 변화를 줘보기로.
여러가지 길이 있겠지만 더 아저씨가 되기 전에 아예 새로운걸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만뒀다.
그만두고나서 첫 영업일인 오늘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떠보니 불안한 마음이 조금있다. 조금.
그것보다 앞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행복한 마음은 많이 있다. 많~이.
이 행복감이 유지되려면 당장 올해의 나는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를 해야하겠지.
근데 뭔 상관이냐 그래도 희망차서 죽겠는데. 훨씬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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